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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내영화제

제2회 머내마을영화제 <한겨레 신문 기사>

[제 2회 머내마을영화제]

한겨레 신문 (2019.9.4)

"이웃들과 함께 ‘초가을 꿈결같은 영화의 밤’ 초대합니다”

“처음엔 개봉관에서 놓친 영화들을 뒤늦게나마 같이 보는 소모임이었어요. 주민센터 안에 ‘머내극장’에서 한달에 한번씩 모였죠. 동네 영화 마니아들이 하나둘 입소문 듣고 모여들다보니, 이웃에 이름난 영화감독과 배우도 있더라구요. 우리끼리만 즐기지 말고 더 많은 주민들과 좋은 영화를 나누고 싶다는 의견들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마을영화제를 열게 됐어요.”

이미 독특한 마을공동체로 소문난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에서 오는 6~8일 사흘간 ‘2회째 머내마을 영화제’를 주최하는 예술플랫폼 꿈지락 협동조합의 이선경(55) 대표는 “‘초가을 밤의 꿈결같은 날’이었다는 지난해 주민들의 호평 덕분에 올해는 훨씬 풍성한 잔치가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머내마을 영화제는 99% 주민들의 손으로 만드는 지역 축제라는 점에서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6~8일 용인 동천동 ‘머내마을 영화제’
영화마니아들끼리 즐기다 동네축제로
‘99% 주민 손으로’ 120여명 6개월 준비
레드카펫 만들고 춤·노래로 개막공연
주민 일상 그린 ‘1분 영상’ 13편도 출품
개막작 홍승완 감독·권해효 배우도 참석
(액션 페인팅 작업으로 레드 카펫을 직접 제작중인 머내마을 주민들)

우선 영화제를 준비하는 집행위원 10명부터 예사롭지 않다.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아카데미 2기 출신의 현역 영화인이 권칠인 감독이다. 총괄위원인 이 대표를 비롯해 집행위원들은 비영화인이지만 30~50대의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연출가, 광고인, 한의사, 언론인, 예술교육자, 문화기획자 등 다양하다.

“6개월 전부터 집행위원회를 꾸려서 ‘마을 주민들이 되도록 쉽게 더 많이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집행위는 모두 8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4개월 전부터 공개 모집과 사전 캐스팅(주변 모니터링 통한)에 들어갔다.
‘일반인이 만드는 1분 영상’ 제을 비롯 영화 상영을 진행할 마을 뮤비큐레이터, 시네마 퍼포먼스, 레드 카펫 제작, 영화 전공 청년 발굴, 먹을거리와 굿즈 판매 등 홍보, 개·폐막제 준비 프로젝트에 모두 60여명의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했다. 자원봉사자까지 모두 120여명이 행사 진행에 나선다. 용인문화재단의 ‘우리동네 예술 프로젝트’에 뽑혀 행사 진행비 지원을 받은 덕분에 주민들 부담은 전혀 없다.

이번 영화제는 6일 오전 10시 굿모닝 작은도서관에서 애니메이션 <소나기>로 문을 연다. 이어 이틀 동안 수지신협 문화센터, 느티나무도서관, 이우학교, 주민센터 등에서 <동주>, <마당을 나온 암탉>, <길모퉁이 가게>, <마이크롭 앤 가솔린> 등 마을 무비큐레이터들이 엄선한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영화 16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7일 오후 6시 목양교회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제에서는 시네마 퍼포먼스팀이 춤·노래·연극이 어우러진 복합시네앙상블로 축하 공연은 펼친다.

지난해 천으로 바느질해서 만들었던 레드 카펫은 올해 붉은 물감으로 그린 액션 페인팅 작품으로 깔린다.

이어 올해 개막작인 <배심원들> 상영에 앞서 홍승완 감독과 출연 배우 권해효씨를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춤·노래·연극이 어우러진 복합시네앙상블로 영화제 축하 공연을 펼칠 시네마 퍼포먼스팀)

8일 마지막 날엔 동천동 주민센터에서 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과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상영한다.

마을영화제의 절정은 폐막식에서 선보일 주민들의 출품작이다. “지난해 가장 관객들 호응이 뜨거웠던 ‘일반인 1분 영상’이 올해도 기대가 됩니다. 청소년팀과 성인팀으로 나뉘어 모두 13편을 완성했어요.” 책상에 있던 용돈이 없어져 가족을 의심하는 아이의 시선 다룬 ‘용돈’, 컴퓨터만 하는 동생을 제어하는 누나의 이야기 ‘게임공포증’ 등 아이들의 일상을 솔직하게 찍은 영상과 현재 마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고기공원 지키기 이야기를 다룬 ‘얼마 전’, 주부의 가사노동 스트레스를 다룬 ‘일장춘몽2’등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상 등이 대기중이다.

동천동 일대는 대표적인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중심으로 공동체 활동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으로 꼽힌다. 인구도 지난해 3만8천명에서 올해 4만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3·1운동 즈음해서는 100년 전 지역에서 일어났던 항일운동의 역사를 발굴해 ‘머내마을 만세운동’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주민단체만해도 41개나 된다. “저 역시 2009년 이우학교 학부모로 마을을 알게 됐어요. 2013년 회사 생활을 마치고부터 마을 동아리에 참여하다가 2016년엔 아예 이주해 주민이 됐지요. 마케팅과 콘텐츠 기획 활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꿈지락 협동조합을 만들어 현대무용 커뮤니티댄스 등 주민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어요.”

이 대표는 “영화제를 열어보니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이 영상세대여서 영화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주민들의 유대감을 다지는 문화축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머내마을영화제 #한겨레신문 기사